야간열차 이상없다 - 단편

야간열차 이상없다 - 단편

야튜브 0 3395

그녀는 남편과 나란히 앉은 채 정답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긴 생머리에 커다랗고 검은 눈, 오똑한 콧날, 도톰한 입술이 잘 조화된 예쁜 얼굴에 가슴의 융기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게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미니스커트 밑으로 곧게 뻗은 다리의 각선미도 모델 못지않게 사람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30대 중반? 아니면 40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그는 여자의 세련되고 아름다운 용모며 분위기에 매료돼 한참이나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녀는 마치 어느 왕국의 왕녀나 된 듯한 오만함과 자신감이 몸에 밴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남편은 그런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스런 눈길로 쳐다보곤 하였다.


자리가 이렇게 된 것은 그녀의 일행들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마 함께 여행을 떠나온 듯 네명이 한 팀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녀의 맞은 편 좌석에도 부부인 듯한 한 쌍의 남녀가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쌍의 부부인 듯한 그들은 친구처럼 보였는데 그녀 부부의 좌석을 반대 방향으로 돌려 앉았기 때문에 그의 시선과 그녀의 모습이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구도를 이루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열차가 서울역을 출발할 때부터 시종 즐거운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


캔맥주를 나누어 건배를 하기도 하고 귤을 까 서로의 입에 넣어주기도 하면서 밝은 웃음과 함께 여행의 설렘을 마음껏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의 옆에 앉은 아내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무관심을 가장한 채 그녀의 모습을 훔쳐보는 데 온 신경을 기울였다.


스커트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들여다보일 것만 같은 내밀한 부분을 향해 시선을 곤두세우며 그녀가 입었을 속옷 색깔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그의 가슴 속에서는 은밀한 욕구가 속절없이 키를 키워 나갔다.


손으로 쥐면 펑 소리를 내며 터질 것만 같은 풍선 같은 젖가슴, 쭉 뻗은 다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조갯살처럼 자리잡고 있을 은밀한 꽃송이···


그 꽃송이를 벌리고 달콤한 꿀을 찾아 마음껏 탐닉할 수 있다면···


그는 머리를 떠나지 않는 야릇한 상상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심야 특급 열차는 밤을 뚫고 달리고 있었다.


멀리 영화의 필름처럼 지나가는 풍경 속에는 네온사인을 유혹적으로 밝힌 모텔이며 식당 간판들이 더욱 끈끈한 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잠시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가 다시 여자를 향해 눈을 돌렸다.


여자는 이제 다리를 꼬고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다.


빨갛게 빛나는 사과가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서 줄기줄기 옷을 벗으며 달콤한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사과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젖가슴이 마치 사과 같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잠이 안 오면 캔맥주라도 드시지 그러세요?”


아내가 뒤척이며 눈을 뜨더니 그를 향해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내는 서울역에서 자리에 앉자마자 의자를 누인 채 잠을 청했다. 아내는 초저녁잠이 유난히 많았던 것이다.


"신경쓰지 말고 자.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는 짐짓 다정하게 대꾸해 주고는 잠을 청하려는 것처럼 등받이에 기대누웠다.


그러나 구태여 잠을 청할 생각은 없었다. 모처럼 보는 미인이 눈앞에 있는데 잠이 올 턱이 없었다.


그는 시각적인 욕구라도 만족시킬 요량으로 지그시 그녀를 건네다 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치 그런 그를 약올리기라도 하듯 남편에게 사과 조각을 먹여 주고 있었다.


한껏 다정하고 애교스런 표정으로, 한껏 사랑스럽고 교태스런 몸짓으로 남편의 입에 사과 조각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자못 쑥스러워 하면서도 은근히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을 감추려 하지 않으며 그것을 받아 먹고 있었다.


그는 문득 그녀의 남편에게 맹렬한 적개심이 치밀어 올랐다.


그녀의 남편은 아무리 잘 봐주어도 40대 후반은 넘어 보였다. 훤칠하게 벗겨진 이마가 기름지게 번들거리는 게 제법 돈푼 깨나 만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개구리처럼 울퉁불퉁하게 불거진 낯짝이며 품위없이 튀어나온 배가 여자와의 그림을 망치고 있었다.


정력제란 정력제는 몽땅 쓸어 담았을 것처럼 보이는 거북살스런 뱃가죽 밑에 여자가 깔려 있는 모습을 상상하자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남자와 여자가 침실에서 벌거벗고 있는 장면을 떠올려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저토록 아름답고 고결해 보이는 여자가 푸줏간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의 밑에 깔려 교성을 지르고 요분질을 한다는 게 얼토당토 않은 일처럼만 여겨졌다.


그는 눈가를 잔뜩 찌푸리고 그녀의 남편을 노려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여자가 문득 고개를 돌리면서 그는 그녀의 시선과 정면으로 부딪치고 말았다.


쨍 하고 금이 갈 것처럼 맑은 얼음 같은 그녀의 눈빛이 꿰뚫어 오는 순간 그는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홧홧거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부끄러움마저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는 재빨리 시선을 피하며 외면하려 했다.


그러나 흥, 하는 콧방귀를 뀌며 비웃는 듯한 그녀의 표정을 이미 봐버린 후였다.


그녀는 마치 귀족의 잔치를 선망의 눈초리로 훔쳐보고 있는 노예를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경멸섞인 시선을 짓더니 훽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리고는 꼬았던 다리를 풀어 가지런히 모으고는 스커트 자락을 여미는 것이었다.


그는 순간 무안으로 벌겋게 달오른 얼굴을 세수하듯 쓸어내렸다. 그리고 여자가 방금 보여준 표정과 태도에 울컥 반감이 치미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아무리 음탕한 욕망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거니, 그토록 드러내놓고 경멸의 시선을 던진다는 건 아무리 접어 생각해도 사람을 무시하는 것만 같았다.


빌어먹을..., 그래봤자 너도 별수없는 여자야, 아무리 고결한 듯 폼을 잡아도 밤이면 서방 밑에 깔려 울부짖는 암컷에 불과하다구...


그는 다시 남편에게 찰싹 달라붙어 교태를 떨고 있는 여자를 향해 소리없는 저주를 퍼부었다.


여자는 그의 시선을 의식한 듯 더욱 진한 교태를 일부러 지어 보이는 듯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통로를 따라 걸었다. 여자의 옆을 지나칠 때는 일부러 뚜벅뚜벅 구둣소리를 힘주어 밟으면서 걸었다.


자신의 보기 드물게 크고 우람한 체구와 남자다움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어깨에 힘을 주고 앞가슴을 활짝 벌리면서 걷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변을 보고 나온 그는 열차 통로에서 담배 한 개피를 뽑아물고 불을 붙였다.


깊게 한 모금 빨아 삼켰다가 길게 연기를 내뿜자 다소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래, 훔쳐보며 이상한 생각을 한 내가 잘못이지...


옆에 마누라를 두고 미친 년한테 홀딱 해서 좆대가리나 세우고 있었으니 그런 대접을 받아도 싸지 싸...


그는 풀썩 헛웃음을 흘리고는 조금 전의 불쾌감을 떨쳐버렸다.


에라이, 캔맥주나 한잔 빨고 잠이나 자자...


그는 이윽고 마음을 다잡자 담배를 부벼 껐다. 그리고 객실 문을 향해 몸을 막 옮기려는 찰라였다.


한발 앞서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화려한 옷차림의 여자 하나가 들어서다가 그를 발견하고 움찔, 머뭇거리는 것이었다.


그는 본의 아니게 놀라게 한 게 미안해 가볍게 목례를 던지며 길을 터 주었다.


"흥, 멀쩡하게 생긴 놈이..."


그가 흠칫, 걸음을 멈춘 것은 막 객실 문을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여자가 화장실 문을 들어서며 혼잣말처럼 던진 소리를 들어서였다.


그는 반사적으로 돌아보았으나 이미 객실 문은 닫혀 있었다.


흥, 멀쩡하게 생긴 놈이...


여자가 던진 말이 계속 귓가를 간지럽혔다.


틀림없이 나를 두고 한 소린데...


그는 화끈거리는 낯으로 통로를 걸어오다 문득 아까 그녀의 앞자리 한 구석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금 전 그 여자는 그녀의 일행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는 생각을 유추해 보았다.


그녀가 그를 치한쯤으로 몰아붙여 일행들에게 얘기한 게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여 길을 비켜 주며 목례까지 한 자신에게 여자가 그런 말을 뒷통수에 던질 까닭이 없었다.


그는 왈칵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를 지그시 깨물며 자리에 앉았다.


그래? 어디 두고 보라지...


그는 여자의 좌석을 향해 적개심 어린 시선을 던졌다. 배불뚝이 사내와, 좀전에 지나치면서 흘낏 본 다른 사내-역시 40대 쯤으로 보이는 깡마른 사내였다- 


쯤은 둘이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한 주먹이면 충분했다. 그는 왕년에 힘깨나 쓴다는 건달 녀석들과 3대 1로 싸움이 붙었을 때에도 지지 않았을 정도로 완력에는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씨발년들,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그는 사내들에 비해 초라한 자신의 행색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묵은 때에 절어 번들거리는 잠바에 땀이 밴 티셔츠, 작업복에 가까운 낡은 양복 바지, 먼지 앉은 구두...


그녀들이 경멸섞인 시선으로 바라본 데에는 분명히 옷차림에서부터 풍기는 신분의 차이-다시 말해 경제력의 차이겠지만-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었다.


씨팔, 그래 나는 기름밥 먹는 노동자다. 네년들은 서방 잘 만나 호강하는 년들이겠지만...


네 년들 서방은 무슨 짓을 해서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곧은 일 해서 벌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 같은 노동자들 등골을 파먹었거나 아니면 부동산 투기 따위나 해서 벌었겠지. 그도 아니면 뇌물을 받아 처먹어 배를 불렸거나...


그는 지나가는 판매원을 불러 캔맥주를 사서 안주도 없이 한입에 털어부었다.


분노로 일그러진 가슴에 차가운 맥주가 몰려들자 싸늘한 결의가 가득차 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는 빈 캔을 구겨 발밑에 버리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새벽 두시가 넘자 승객들은 대부분 잠에 취해 떨어졌다. 


애초부터 빈 자리가 드문드문 눈에 뜨일 정도로 많지 않은 승객들이었는데다가 술을 마시며 가만가만 얘기를 이어가던 축들마저 등받이를 눕히고 잠이 들자 차안은 고즈넉한 정적에 감싸여 들었다.


여자의 일행들도 캔맥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고스란히 밤을 새울 것처럼 얘기꽃을 피우더니 하나둘 눈을 감기 시작해 이윽고 모두들 잠에 골아떨어졌다.


그는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열차의 진동에 몸을 맡긴 채 누워 잠을 자는 것처럼 하고 있었지만 가끔 실눈을 뜨고 통로를 지켜보는 걸 잊지 않았다.


마침내...3,4십쯤이나 흘렀을까... 마침내 여자가 부스스 눈을 뜨더니 주위를 한번 휘둘러 보고는 몸을 일으키는 게 보였다.


그녀는 그를 향해서도 경계처럼 시선을 일별하더니 객실 문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화장실에 가려는 게 틀림없었다.


그는 여자가 완전히 객실 문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다음 발소리를 죽여 슬그머니 걸어나갔다.


여자의 일행들이 앉아있는 좌석을 지나치면서는 곁눈질로 살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객실 문이 닫히기 전에 한 번 더 뒤돌아 보았다.


여자의 일행들은 깊은 잠에 취했는지 여자의 부재를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화장실 앞에서 한 차례 깊은 심호흡을 한 다음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5초쯤 되었을까. 솨아,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후 문이 열리며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그는 잽싸게 손을 뻗어 여자의 목덜미를 움켜쥔 채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그리고 동시에 문을 닫고 고리를 채웠다.


여자는 경악에 찬 눈으로 그를 치어다 보고 있었다. 목이 막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는 상태에서 공포와 두려움으로 질려있는 게 한눈에 드러나 보였다.


“죽고 싶어?”


그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여자가 하얗게 질린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살고 싶으면 가만있어. 너 같은 것 하나쯤은 단번에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수 있으니까. 알겠지?”


여자가 이번에는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씨벌년.”


그는 손을 뻗어 여자의 젖가슴을 움켜 쥐었다.


겉보기로 짐작했던 대로 풍만하고 탐스러운 감촉이 뭉클 손바닥에 가득찼다.


“빤쓰 벗어!”


그는 여자를 벽으로 밀어붙인 채 낮게 소리쳤다.


여자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움켜쥔 그의 손을 연신 가리켰다.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마치 시체처럼 창백해 보였다.


“입만 뻥긋하면 그냥 모가지를 분질러 버릴 거야, 알았지?”


그는 움켜쥔 손을 지그시 풀어주며 다시 한 번 입막음을 했다.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리를 죽여 켁켁거렸다. 여자의 눈가에 눈물 방울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살고 싶으면 빨리 빤쓰 벗어, 이 씨벌년아.”


그는 젖가슴을 움켜쥔 손에 우악스럽게 힘을 주어 비틀면서 다그쳤다.


여자는 이미 항거할 의지를 잃어버린 듯했다. 느슨하게 잡힌 목을 벽에 기댄 채 안간힘을 쓰며 팬티를 벗어내렸다.


그는 여자의 팬티가 무릎께에 이르렀을 때 구둣발로 그것을 마저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바지 지퍼를 열었다.


“빨리 끝내야 너도 좋겠지? 그래야 네년 서방이 눈치채지 못할 테니까.”


그는 여자의 한쪽 다리를 허벅지에서부터 높이 처들어 올려 자신의 옆구리쯤에 걸쳐 놓고는 성나 곤두선 자신의 물건을 사정없이 찔러넣었다.


여자가 눈을 질끈 감더니 이내 입을 딱 벌렸다. 여자의 그곳은 젖가슴처럼 풍성하기 그지없었다. 물건이 파고드는 순간 그는 그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보드랍고 따뜻한 살집과 우거진 밀림이 물건을 감싸고 흔들리는 걸 느끼며 그는 힘차게 엉덩이를 차올리기 시작했다.


“으윽...”


여자가 안간힘을 쓰며 입술을 깨물었다. 갑자기 파고든 남성의 완강함을 버티기 힘들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이름이 뭐야?”


“김, 지...선.”


“김지선? 좋은 이름이군. 얼굴만큼 예쁜 이름이야.”


그는 김지선의 목을 움켜잡았던 손을 뒤로 옮겨 목덜미를 잡아 앞으로 당겼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덮쳐 눌렀다.


따뜻하면서도 상큼한 그녀의 입술은 천상의 과실처럼 달콤하고 향기로웠다. 그는 완강하게 버티는 그녀의 입술을 기어이 열고 들어가 과육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살덩이를 마음껏 향유하기 시작했다.


김지선의 비밀스러운 곳이 문득 질펀하게 젖으며 그의 물건을 부드럽게 맞이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녀의 입에서도 어느덧 단내가 솔솔 풍기고 있었다.


그는 승리자처럼 자신있게 엉덩이를 치받아 올렸다. 비로소 매끄러워진 여자의 문을 밀고 들어가는 순간마다 부드럽고도 뿌듯한 충만감이 하체를 가득 채웠다.


그녀의 손은 이제 그의 양 어깨를 걸터잡은 채 힘을 주고 있었다. 얼굴은 장미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가쁘게 내뱉는 숨이 뜨거워져 있었다. 흥분으로 차올라 있는 게 뚜렷했다.


“씨벌년, 좋냐?”


그는 속삭이듯 다그쳤다.


김지선이 붉어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여 어깨에 묻었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놓는 대신 두손으로 풍성한 엉덩이를 움켜 잡았다. 그리고 위로 받쳐들면서 더욱 깊게 여자를 열고 들어갔다.


그의 물건을 뿌리까지 온전히 삼킨 여자는 헐떡거리는 호흡이 바깥까지 들릴 정도로 거칠어져 있었다.


그는 그녀의 두 다리를 허리에 감은 채 더욱 힘주어 몸을 움직였다.


벽에 기댄 그녀의 상체가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열차의 진동이 그의 움직임을 한층 가열차게 그녀의 하체에 전달해 주었다.


마침내... 그는 그녀의 몸 속에서 격렬하게 폭발했다.


김지선이 한 순간 눈을 치뜨며 입을 벌리더니 목구멍 깊숙이에서 가르릉거리는 고양이 소리를 내며 자지러졌다.


“씨벌년, 앞으로는 눈깔 조심해. 알았지? 아무한테나 눈깔 치댔다간 그냥 확 뽑아버릴 테니까...”


그는 다시 한번 김지선을 향해 다그치듯 내뱉고는 재빨리 바지춤을 여몄다.


그녀는 맥이 풀렸는지 쭈그리고 앉아 한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이건 기념품으로 내가 가져 간다. 아깝냐?”


그는 그녀의 팬티를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김지선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그녀의 젖가슴을 거칠게 움켜쥐고 비틀어 준 다음 거친 키스로 입술 자욱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팬티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슬그머니 화장실을 빠져 나왔다. 김지선이 변기 위에 걸린 휴지를 잡아 빼는 것을 얼핏 본 것 같았다. 뒷처리를 하려는 것일 터였다.


김지선은 그가 태연한 표정으로 좌석에 돌아와 기대앉은 뒤로도 한참이나 더 있다가 객실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세수를 한 듯 말갛게 물기 젖은 얼굴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열차의 진동에 잠깐 흔들리며 균형을 잃는가 싶더니 김지선이 제법 태연한 몸짓으로 또각또각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시치미를 뗀 채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유순해 보이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오만하고 당당하던 태도며 몸짓이 차분하고 조심스런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서야 힐끗 그를 쳐다보았으나 그 시선에는 아무런 적의도 경멸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움과 경외감이 교차하는 눈길이었다.


앙큼한 암코양이년 같으니라구... 그는 쓴웃음을 삼키며 눈을 감았다.


자신도 자신이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을 가장하며 남편 옆에 다가앉는 김지선의 태도에서 인간의 무서운 이중성을 느낀 때문이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 혼잣말을 던져 그를 분노하게 만든 바로 그 여자. 그녀는 좀체로 화장실에 가려는 기미가 없었다.


배불뚝이 대머리와 말라깽이가 한 번씩 화장실에 다녀온 후로도 그녀는 제 자리만 지킨 채 잠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맥주를 꽤나 마시는 것 같던데... 그는 쓴웃음을 짓고 눈을 감았다.


그녀가 화장실에 가지 않고 끝까지 버틴다면 그건 그녀의 행운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건 그의 행운이었다.


그는 마치 내기를 하는 심정으로 차분히 기다렸다. 어차피 한번 사정을 한 다음이었으므로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기도 한 차였다.


마침내 그녀가 등받이 너머로 몸을 일으킨 것은 거의 30분 이상이 흐른 후였다.


그는 여자의 화려한 꽃무늬 원피스가 자락을 휘날리며 통로를 따라 멀어지는 것을 보며 쾌재를 불렀다. 행운의 여신은 그의 손을 들어 주었던 것이다.


몸을 일으키는 그를 쳐다보는 김지선의 눈빛이 놀람으로 흔들리는 것을 보았으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가 씨익 한번 웃어주자 김지선은 곧 다소곳한 태도로 눈을 감아 버렸던 것이다.


화장실을 나서려던 여자는 그의 솥뚜껑 같은 손이 목울대를 움켜잡고 안으로 들이치자마자 사색이 되어 벌벌 떨었다.


김지선보다 훨씬 더 두려움에 빠져 있다는 게 한눈에 느껴졌다.


“사, 살려...”


여자는 안간힘을 쓰며 더듬거렸다.


“살려 달라고?”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끽소리 않고 있을 수 있어?”


다시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튼 수작 부리면 그 순간 칵,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 거야. 알았지?”


여자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흐흥, 좋아. 믿어 보겠어. 근데 이름이 뭐지?”


“정은희예요.”


“정은희라... 이름이 예쁘군. 하지만 역시 이걸 물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는 정은희를 밀어붙여 벽에 기대게 한 다음 주머니에서 김지선의 팬티를 꺼내 그녀의 입에 쑤셔 박았다. 그녀는 눈을 흡뜬 채 고스란히 그것을 받아 물었다.


“이건 네 친구 지선이년 보짓물이 묻은 빤쓰다. 만일 뱉어내면 면상을 짓이겨 버릴 거야, 알았지?”


정은희가 겁먹은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정은희를 돌려세워 양변기를 향해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원피스 자락을 걷어 올려 허리에 걸쳤다.


하얗고 둥싯한 두개의 엉덩짝이 그의 눈앞에 덩그마니 드러났다. 레이스가 아름답게 수 놓여진 까만색 팬티가 엉덩이 사이에 고혹적으로 걸려 있었다.


그는 엉덩이를 몇 번 토닥거린 다음 팬티를 거칠게 끌어내렸다.


정은희가 다리를 움직여 그가 팬티를 발목에서 빼내는 것을 도왔다. 그 점만 보아도 그녀가 지금 얼마나 겁을 먹고 있는지를 그는 알 수 있었다.


“어디...”


그는 정은희의 엉덩이 사이로 손을 디밀어 그녀의 음부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울창한 거웃 숲과 함께 따뜻한 살집이 손아귀에 가득 찼다. 정은희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김지선이처럼 너도 순순히 즐기는 거야, 알았지?”


그는 짐짓 손아귀에 힘을 주며 내뱉었다. 정은희가 고통스러운지 허리를 웅크리며 고개를 쳐들었다.


그는 바지 지퍼를 열고 다시 힘차게 고개를 꺼떡거리는 자신의 물건을 꺼내 정은희의 엉덩이 사이로 들이밀었다.


“우··· 우···”


팬티에 재갈 물린 여자의 입에서 희미한 신음이 비어져 나왔다. 동시에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허리를 꼬았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은 오히려 그를 도와 더 깊은 진입을 용이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다소 뿌듯하고 뻑뻑한 느낌이 드는 여자의 문을 거칠게 밀치고 들어가 뿌리가 닿도록 깊이 집어넣었다.


정은희는 의외로 속살이 뜨거웠다. 아직 애액이 솟아나지는 않았지만 진입하자마자 물건을 감싸고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이 그녀의 타고난 육체 조건을 말해 주고 있었다.


게다가 조개처럼 단단하게 조여드는 감각이 완연히 느껴지는 게 한 번의 관계로 끝내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씨벌년, 조개 하난 끝내 주는군.”


그는 힘차게 엉덩이를 진퇴시키며 빠듯한 조임이 주는 짜릿한 쾌감에 몸을 떨었다.


그녀는 타고난 명기인 듯 남자를 못 견디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말미잘의 흡반처럼 깊숙이 물고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그녀의 내부에서 일고 있었다.


정은희는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처럼 변기 모서리를 짚고 엎드린 채 허리를 비틀며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 역시 무언가 범상치 않은 감각에 빠져들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의 물건은 친구들 사이에서 그 크기나 능력을 포함해 빼어난 명검으로 인정받고 있는 터였던 것이다.


그는 여자의 희고 탐스러운 엉덩이를 움켜쥔 채 격렬한 진퇴를 거듭했다. 마침내 그녀의 샘에서도 온천수가 철철 넘쳐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는 한층 용이해진 움직임으로 그녀의 샘 속 깊은 곳을 바닥까지 긁어내듯 마음껏 휘저었다.


“으··· 우으··· 흐으···”


정은희가 고개를 처들고 마구 흔들어대며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내부에서 불덩이가 일어나 하체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느끼고 몸을 굳혔다. 폭발의 순간이 온 것이었다.


“으으!”


그는 잇새로 신음을 삼켰다. 폭발의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여자의 문이 힘껏 조이며 그의 물건을 빨아들이기 위해 요동치는 것을 온 몸으로 저릿하게 느낀 때문이었다.


움찔, 움찔, 움찔, 그녀의 깊은 속살이 그의 물건을 쥐고 흔들었다. 폭발의 여운을 아쉬워하기라도 하듯, 그의 내부에 남아 있는 체액을 모조리 빨아 삼켜 버리겠다는 듯 힘차게 움찔거리는 것이었다.


“으! 씨벌, 미쳐 버리겠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가까스로 정은희의 엉덩이 사이에서 물건을 거두어 들였다. 여자는 끝까지 그의 물건을 놓지 않으려는 듯 움찔거림을 계속했던 것이다.


“너 같은 년은 정말 첨이야. 네 서방이 부럽다, 부러워.”


그는 바지춤을 여미고 정은희를 일으켜 주었다. 그녀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팬티는 그걸 입어라. 네 친구 거니까 잘 맞을 거야.”


그는 여자의 검은 색 팬티를 주머니에 챙겨 넣으면서 말했다. 정은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으나 그는 모르는 척 화장실을 나섰다.


그가 통로를 걸어가자 의자에 앉아 있던 김지선이 고개를 빼고 뒤돌아보았다. 그는 싱긋 웃어 보였다. 김지선이 얼굴을 붉힌 채 황급히 외면했다.


가까이 가보니 남자들은 여전히 세상모르고 잠이 들어 있었다. 그는 그녀의 옆을 지나치면서 슬그머니 정은아의 팬티를 그녀의 무릎 위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턱짓으로 입으라는 시늉을 해 보였다.


김지선이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잠시후... 그는 김지선이 좌우의 눈치를 살피며 전은희의 팬티를 꿰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는 그런 김지선을 향해 다시 한 번 싱긋 웃어 주었다. 그녀는 잠시 멍한 얼굴로 그를 마주보다가 다시 뒤돌아보았다.


정은희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뗀 표정으로 객실 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새벽 네 시 무렵... 그는 다시금 욕정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김지선과 정은희, 두 여자가 잠든 체하고 있었지만 잠을 자지 않는 상태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정은희의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


정은희가 얼굴을 붉히며 눈을 떴다. 그는 손가락으로 따라오라는 시늉을 했다.


정은희가 화장실로 따라온 것은 채 일분도 되지 않아서였다.


“야, 나 한 번 더 해야겠다.”


여자가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힌 채 고개를 숙였다.


“너... 정은희랬지? 빤쓰 벗어.”


"서... 선생님, 제발...“


정은희가 사색이 되어 애원했다.


“이 씨벌 년이··· 맞을래?”


그는 손을 치캬들어 때리는 시늉을 했다.


“아, 알았어요··· 제발···때리지는 마세요...”


정은희가 사색이 된 채 팬티를 벗었다.


그는 변기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앉은 채 바지를 내렸다.


“올라와.”


“네?”


“올라오라고, 씨벌 년아.”


정은희가 얼굴이 시뻘개진 채 그녀의 무릎 위로 걸터앉았다.


정은희의 음부는 역시 아까처럼 빠듯하게 조였다.


“씨벌년··· 역시 좋네···”


그는 정은희의 가슴을 움켜쥔 채 그녀로 하여금 몸을 움직이게 했다.


정은희가 헐떡거리며 몸을 움직였다.


"흠... 끝내주는군..."


그는 오래지 않아 절정에 가까와질 수 있었다. 그는 정은희를 번쩍 들어 자신의 무릎 앞으로 동댕이 치듯 꿇어 앉혔다.


“주딩이 벌려, 얼른.”


정은희가 놀란 표정을 추스릴 틈도 없이 그는 자신의 벌떡거리는 성기를 정은희의 입으로 디밀었다. 그리고 동시에 사정했다.


“아, 흡···”


“먹어, 씨벌년아.”


정은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입안에 가득찬 그의 정액을 삼키기 시작했다.


“30분 후에··· 니 친구 김지선이 화장실로 오라고 해. 알았지?”


정은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30분 후, 그는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모르는 척 김지선이 따라 왔다.


“야, 너 좀 빨아봐라.”


그는 변기에 걸터앉은 채 명령했다.


“하기 싫음 관두고··· 내가 나가서 니 서방 깨울 테니까···”


김지선은 체념한 듯 순순히 그의 사타구니 앞으로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그의 성난 물건을 입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세 번이나 사정을 한 후였기에 쉽사리 절정에 도달할 수 없었다.


“야, 그냥 벽 짚고 엉댕이 까라.”


그는 김지선을 일으켰다. 김지선이 벽을 향해 기대서며 엉덩이를 내밀었다.


“씨벌년··· 말은 잘 듣네···”


그는 이제 절정에 도달하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여자를 농락하는 게 더 즐거웠다.


“야, 너, 후장 개통했냐?”


"네?"


"씨벌년아 똥구멍에 박아봤냐고 말이다."


"네..."


김지선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그럼 별로 힘들지 않겠구만..."


그는 한껏 침을 뱉아 김지선의 항뭉에 발랐다. 그리고는 자신의 물건을 힘껏 쑤셔넣기 시작했다.


"아, 아이구... 아파요.. 제발... 제발..."


김지선이 죽어가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힘껏 자신의 물건을 깊게 찔러 넣었다. 고통스러워 하는 김지선의 몸짓이 갑자기 격렬한 흥분으로 그의 몸에 새로운 불길을 지피고 있었던 것이다.


불과 5분여... 그는 김지선의 몸속에서 네번 째의 폭발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는 김지선의 한쪽 젖가슴 윗부분에 아주 크고 또렷한 치흔을 남겨주며 말했다.


“니들··· 이걸로 끝난 거 정말 감사해라. 알았냐? 성질 같으면 집에까지 따라가서 니들 인생 종치게 하고 싶지만··· 말 잘 들어서 봐주는 거야. 알았어?”


“네···”


“그리고··· 니 브라자 끌러라. 나 줘. 기념으로 갖고 갈 테니까.”


김지선이 브래지어를 풀어 그의 손에 건에 주었다.


그는 더 이상 김지선에게 요구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얼른 가봐, 니 서방 기다리겠다.”


“네··· 고마워요···”


김지선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큭, 고맙긴 이년아, 내가 고맙지···”


그는 김지선의 브래지어를 코 끝에 대고고 냄새를 맡는 시늉을 했다. 김지선이 얼굴을 붉히며 화장실을 나섰다.


두 여자는 서로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철저할 정도로 내색하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들은 자신만이 상대의 일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서로가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두렵거나 수치스러워 아예 모르는 척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시간이 흘러 아침 여섯 시가 다 되어갈 무렵 열차는 종착역인 부산에 도착했다.


잠든 승객들을 깨우는 음악 소리가 열차 안에 가득하자 조용하던 객실이 두런거리는 소리와 짐 챙기는 소리 따위로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김지선과 정은희의 남편들도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선반 위에 얹힌 짐을 내리느라 부산이었다.


그도 아내를 깨워 가방을 챙긴 다음 통로에 나가 섰다.


곧 열차가 서고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새벽의 서늘한 공기가 얼굴에 닿자 시원하고 상쾌했다.


김지선과 정은희는 각자의 남편 옆에 찰싹 달라붙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의 바로 앞이었다.


그는 아내의 눈치를 힐끗 살핀 다음 큰소리로 외쳤다.


“김지선 씨! 정은희 씨! 여행 즐거웠어요.”


네 사람이, 아니 다섯 사람이 일제히 그를 향해 시선을 모았다.


김지선과 정은아의 얼굴은 흙빛이었고 두 남자의 얼굴은 한 대 맞은 것처럼 얼떨떨해 있었다.


그의 아내는 눈이 동그래져 있었다.


그는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인 다음 천천히 플랫폼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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